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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귀한 달항아리 좀 보실래요?리움 미술관 달항아리가 이 얼룩이 있거든요.누구는 좀 더 찌그러졌고, 누구는 좀 더 어깨가 솟았고.이걸 더 보기 좋다고 느낀 어느 도공과 그걸 인정하고 더 감탄했을 어느 선비.조영지 작가님의 <달항아리>입니다.장식 없이, 그냥 흰색으로만.모으기도 워낙 많이 모았고, 그리기도 많이 그렸습니다.그런데 그 덕분에 몇 개 없으니까 희소성을 갖게 되었습니다.그런데 이게, 달항아리의 진짜 매력이거든요. 꾸안꾸라고 해야하나.그러곤 떡을 해서, 배고프다고 엉겨붙는 아이들 뿌리치고 떡을 바쳤대요.고령토로 만드는데요.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초반 조선은이 차이 때문에 아래 위를 붙여서 가마 안에 넣고 굽다보면그리고 세월이 흘러, 달항아리는 이제 박물관에 있습니다.완벽하지 않아서 더 자연스럽고, 더 편안합니다.2023년에는 456만 달러, 60억이 넘는 금액에 팔렸죠.그 위로 날아가는 새.(이 글은 2005년국립고궁박물관 개관기념 <백자 달항아리 특별전> 때그래서 어떤 달항아리도 보면 허리에 붙인 자국이 있습니다.이 달항아리를 보고 잘생긴 부잣집 맏며느리 같은 흐뭇함이 있다...고 하셨거든요.그게 그만 억척네 가족과 달항아리가 헤어진 마지막입니다.예전에는 백자대호나 대항, 그러니까 커다랗고 하얀 항아리라고 불렀는데요.국립박물관장이었던 최순우 선생님이 달항아리라고 했다고도 하는데요.그러나 결국은 항아리 안에 조금 남은 감자를 다 챙겨다 피난을 가고그 안에 담고 있는게 공기가 아니라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아니나다를까 얼마전, 25년 3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달항아리가 41억원에 낙찰됐어요.2023년 기준으로 국보와 보물 다 합쳐서 일곱 개고요.---------------------------------------------------------김환기 화백은 달항아리 사랑이 유난했습니다.그러고는 전쟁 동안 필요할 때마다 살짝살짝 꺼내 쓰는 거죠.<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서서>쓰신 최순우 선생은국보 제310호 백자 달항아리. 국립고궁박물관. 높이 43.8cm, 몸통 지름 44cm ⓒ 문화재청오늘 소개해드릴 그림책이 딱 이 얘기에요.국보 제309호 백자 달항아리.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높이 44.2cm, 지름 42.4cm ⓒ 문화재청그럼 어떻게 이렇게 40센티 이상 둥그런 항아리를 만들었을까요."이정도면 됐지" 한거에요.빌 게이츠와 방탄 RM이 달항아리 샀다는 건 너무 유명하고요.일본인 주인이 아끼던 수집품 다 버리고 도망가버리고3년 만에 집으로 돌아와보니 그렇게 아꼈던 달항아리들이 온통 깨져 있었대요.일제 강점기였다가 해방 되던 날,나뭇가지에 걸린 달.완벽하게 동그랗지 않아요.달항아리를 수십 개나 수집을 했는데,총소리에 골짜기가 흔들리는 날엔 억척네가 와서 쌀과 감자를 가져갑니다.억척네의 딸이 이렇게나 할머니가 되도록 세월이 흘렀습니다.어느 날, 찾아온 할머니가 이래요."에잇 완벽하게 만들고야 말겠어!" 던져서 파사삭. 이러는 게 아니라이 책은 달항아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져요.아이에게 떡은 못줘도 생명을 지켜주는 거예요.힘의 균형이 어긋나거나 수분이 증발하면서 한쪽이 살짝 주저앉는거죠.---------------------------------------달항아리는 입이 넓고 굽이 입보다 작아서 더 둥실 떠있는 것 같아요.항아리는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전쟁 다 지켜봤고, 다 기억하고 있겠죠.그런데 이걸 찌그러졌다고, 불량품이라고수화 김환기 화백이 얼마나 달항아리를 좋아했냐면요.억척네는 달항아리에 쌀과 감자를 가득 채워서 몰래 산에 묻어둡니다.우리도 그렇죠.하얗고, 크고, 퐁실퐁실한 느낌. 그러면서도 미니멀리즘의 끝판왕 느낌입니다.그런데 전쟁이 납니다.달항아리가 이렇게 좀 찌그러지는 건 흙 때문입니다.이런 걸 상상하면 저는 우리 쫌 멋진데? 싶어요.최순우 선생님이 워낙 두분이 절친이었다니까 두 분이 대화하면서 누가 먼저랄 거 없이 툭 튀어나왔나? 싶어요.역사 이야기. 사람 이야기요.사람들이 백자대호라고 하지 않고 달항아리, 달항아리 하고 불렀거든요.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항아리를 든 여인>, <매화와 달과 백자> 등 달항아리 연작들을 그리면서이 얼룩이 꼭 달 크레이터 같지 않나요? 진짜 달 같아요.한국 현대추상의 대표 작가인 수화. 나무 수, 대화할 화. 해서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는 수화 김환기 화백과기껏 100년 남짓한 기간 동안만 만들어졌거든요.그러다가 한국 전쟁이 터집니다.바로 김환기 화백입니다.이름 그대로 ‘달처럼 둥근 항아리’인데요.<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서서>라는 저의 최애 책 중 하나인데요.어떻게 인간이 완벽한 걸 만들겠어요.요즘 해외 아트 컬렉터들 사이에서 불패의 키워드 두 개가 '김환기와 달항아리'라고 말씀 드렸는데요.사라지는 표현이 있으면 나타나는 표현도 있겠죠.근데 이 미니멀리즘이 멋을 내느라 나온 게 아니라 사실은 사연이 있습니다.이런 그림보면 진짜 달 같죠.월급날엔 인사동 고화랑에서 월급을 다 털어 달항아리를 하나 사들고이 조건을 맞추는 건 전세계 40개? 될랑말랑이거든요.제가 시작할 때달항아리, 이름부터 너무 예쁘죠.어디에?이렇게요.차도 타지 않고 집까지 걸어갔는데 그렇게나 행복한 표정이었다고, 고화랑 주인이 회고를 했죠.마루에, 마당에 여기저기 달항아리를 두고 달밤에 진짜 달과 달항아리를 함께 보는걸 그렇게나 좋아하셨대요.꼭 바나나우유 통처럼요.억척네와 세 아이들에게 달항아리는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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